1. 15%에서 25%로: 미한 관세 롤러코스터
2025년 7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하여 자동차, 자동차 부품, 목재 등 핵심 수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배경에는 2024년 660억 달러를 넘는 미한 상품 무역 적자가 있었다. 한국 정부는 신속히 협상에 나서 2025년 7월 말 세율을 15%로 낮추는 프레임워크 합의에 도달했고, 11월에 공식 서명되었다.
프레임워크 합의에는 한국의 미국 전략산업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이 포함되어 국회 입법이 필요했다. 국회 심의가 지연되자 트럼프는 2026년 1월 27일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3월 12일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켰지만 관세율은 아직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2026년 4월 현재 25% 실효세율이 유지되고 있어 수출기업의 정책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높아졌고, 재벌의 투 트랙 투자 전략이 가속화되었다.
2. 8,000억 달러 국내 투자: 재벌의 ‘내수 순환’ 강화
관세 압력의 직접적 효과 중 하나는 한국 재벌의 전례 없는 국내 투자 확대다. 삼성전자는 2026–2030년 450조 원(약 3,100억 달러)을 투입해 평택 P5 반도체 라인과 수도권 외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5.2조 원(약 860억 달러)을 전동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AI 로보틱스에 투자한다. SK그룹은 사상 최대 600조 원(약 4,120억 달러) 국내 투자를 선언했다.
이러한 투자의 공통점은 ‘기술 집약형’과 ‘공급망 자주화’다. 삼성 반도체 증설에는 대규모 장비·소재 지원이 필요하고, 현대 전동화 전환에는 배터리·모터·제어시스템 완전 산업체인이 필요하며, SK의 배터리·반도체 투자도 상류 소재·장비에 의존한다. 투자가 한국 내에 이루어지더라도 중국 공급업체 수요가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장비 부품·화학 소재·희토류 가공품 등 중간재 무역이 증가할 수 있다.
3. 3,500억 달러 대미 약속: 관세에 떠밀린 산업 이전
국내 투자와 병행하여 미국 전략산업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중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업,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배터리·AI 인프라에 투입된다. 자본 유출로 인한 금융 불안을 막기 위해 연간 200억 달러 투자 상한이 설정되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210억 달러 미국 현지화 계획을 발표했고, 루이지애나주 58억 달러 철강 공장은 2026년 3분기 착공 예정이다.
대미 투자의 본질은 생산 능력 이전과 시장 접근의 교환이다. 미국 내 공장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장 건설이 곧 공급망 단절은 아니다—미국 공장도 여전히 아시아에서 대량의 중간재를 조달해야 한다. 현대의 루이지애나 철강 공장을 예로 들면, 상류의 철광석·합금 소재·특수강 가공재 등은 여전히 중국 공급망에 크게 의존한다.
4. 구조적 전환: ‘완제품 무역’에서 ‘서포트 체인 내재화’로
관세가 이끄는 투 트랙 투자가 한중 공급망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형적 패턴은 ‘중국이 원자재·중간재 수출 → 한국이 가공·조립 →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수출’이었다. 이제 한국 기업이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 증설하면서 중국 공급업체에 대한 수요가 단순 원자재 조달에서 맞춤형 지원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 차원에서 변화가 나타난다. 첫째, 중간재의 사양 요구가 높아졌다—한국 반도체·배터리 라인용 화학품, 타깃재, 특수가스 등은 순도와 납기 기준이 범용 무역을 크게 상회한다. 둘째, 기술 서비스 무역이 성장한다—장비 설치, 공정 튜닝, 공급망 컨설팅 수출이 새 성장 영역이다. 셋째, 컴플라이언스 지원 수요가 늘어난다—미국 공장은 원산지 규칙, ESG 공시, UFLPA 요구를 충족해야 하며 중국 공급업체는 추적 문서와 인증을 제공해야 한다.
5. 중국 공급업체의 기회의 창과 전략 조정
중국 공급업체에게 25% 관세 하의 한중 무역이 모두 나쁜 소식은 아니다. 한국의 반도체·배터리·자동차 국내 증설에는 대량의 장비 부품, 화학 원료, 가공 소재가 필요하다. 중국은 화학 중간체, 희토류 가공품, 정밀 주조물, 전자 소재에서 글로벌 비용·생산 능력 우위를 지닌다.
더 주목할 기회는 ‘간접 수출’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세우는 공장은 초기에 장비와 원자재를 대부분 아시아 공급망에서 조달한다. 한국 중간상이나 한국 기업 미국 자회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 미국 시장에 간접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컴플라이언스 역량, 영문 기술문서 준비, 미국 무역 규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6. 전망: 관세 불확실성이 수년간 한중 무역의 새 패러다임을 만든다
단기적으로 25% 관세는 한국 자동차·목재·의약품 수출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관세 압력은 오히려 한국 산업 구조 고도화와 투자 판도 재편을 가속화했다. 재벌의 투 트랙 전략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다.
한중 무역 종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인식 전환은 공급망의 핵심 가치가 ‘가격 경쟁력’에서 ‘시스템 지원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 고품질 중간재, 기술 서비스, 컴플라이언스 지원을 한국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중국 공급업체가 관세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