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간 허가제: 면제에서 매년 승인으로
2025년 12월 3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의존해왔던 “인증 최종사용자”(VEU) 면제가 공식 만료되었습니다. 이 면제 제도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양대 거인이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개별 수출 허가 없이 중국 공장으로 운송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를 대체하여 미국 상무부는 만료 하루 전인 12월 30일에 삼성 시안 NAND 플래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RAM 및 다롄 NAND 공장을 대상으로 2026년 전체를 커버하는 연간 수출 허가증을 승인했습니다.
연간 허가제의 가장 큰 변화는 “레버리지 효과”에 있습니다. 매년 승인 창구가 열린다는 것은 워싱턴이 무역 및 국가안보 상황에 따라 언제든 조건을 조정하거나 제한을 추가하거나 갱신을 보류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상대적으로 관대했던 VEU 제도와 비교하면, 새로운 메커니즘은 한국 기업의 중국 운영에 더 큰 정책 불확실성을 부여합니다. 다만 2026년 승인이 신속하게 이루어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 협상을 추진하는 맥락에서 한국 메모리 대기업의 중국 공장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2. 역풍 속 투자 확대: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 투자 급증
TrendForce의 2026년 3월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안 NAND 플래시 공장 투자액은 2024년 약 4,800억 원에서 2025년 약 8,0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5% 급증했습니다. 이 성장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기존 메모리 칩 수요가 있습니다. 고급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AI 서버에도 데이터 저장을 위한 대량의 NAND 플래시가 필요하며, 삼성 시안 공장은 주요 레거시 NAND 생산 기지 중 하나입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투자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었습니다. 2025년 우시 DRAM 공장과 다롄 NAND 플래시 자회사에 대한 합산 투자가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글로벌 DRAM 생산능력의 핵심으로 전체 DRAM 생산량의 35-40%를 담당하고, 다롄 공장(구 인텔 NAND 사업부, 2021년 SK하이닉스 인수)도 핵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수출통제 강화에 직면하면서도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일견 모순된 행보는 중국이라는 시장과 제조 기지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게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반영합니다.
3. DRAM 시장 판도 변화: SK하이닉스, 삼성 추월
2025년 1분기, 글로벌 DRAM 시장에서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SK하이닉스가 매출 시장점유율 36%로 삼성전자(32%)를 추월하며 처음으로 글로벌 DRAM 시장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역전의 핵심 동력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었습니다. 엔비디아 등 AI 칩 대기업의 막대한 수요로 HBM 기술 선도자인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수주 우위를 확보했으며, HBM 생산능력은 2026년 말까지 엔비디아에 의해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이크론이 23%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DRAM 시장 경쟁에서 중국 공장이 “후방 기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양사는 중국 공장을 주로 성숙 공정의 레거시 DRAM 및 NAND 생산에 활용하고, 한국 본토의 첨단 생산라인은 HBM 등 최첨단 제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에서 레거시 칩, 한국에서 첨단 칩” 분업 구조는 수출통제 상황에서 중국 공장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더 높였습니다 — 중국 공장에 차질이 생기면 기존 메모리 제품의 생산능력 공백이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것입니다.
4. 지정학적 체스 게임 속 한국 반도체 기업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기술 경쟁의 “틈새”에 놓여 있습니다. 한편으로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기술 파트너이자 시장입니다 —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 HBM의 최대 고객이고, 삼성도 적극적으로 HBM 수주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중국은 양사 글로벌 메모리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필수 불가결한 제조 기지입니다. 2026년 1월 발효된 “칩 확산 규칙”은 전 세계를 3개 등급으로 분류했으며, 미국 동맹국인 한국은 “1등급” 우선순위에 배치되어 한국 기업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1등급” 지위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간 허가제 자체가 “철회 가능한 선의”의 형태입니다 — 미국은 언제든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중 무역에 있어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은 수백억 달러의 양국 교역액과 수만 개의 일자리에 직결됩니다. 한국 정부는 워싱턴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장기 허가 체계를 확보하는 한편, 국내 반도체 산업의 다각화를 추진하여 단일 생산 기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있습니다.
5. 한중 반도체 협력의 미래 경로
앞으로 한중 반도체 협력은 “단순 제조”에서 “차별화된 분업”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배치는 성숙 공정 제품(레거시 DRAM, NAND 플래시, CIS 이미지 센서 등)에 더욱 집중하고, 첨단 공정(3나노 이하 로직 칩, 차세대 HBM4 메모리)은 한국과 미국 본토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러한 분업은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수출통제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입니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게도 한국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안정적 운영은 매우 중요합니다 — 일자리와 세수뿐만 아니라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연결하는 핵심 노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중 무역 서비스에 특화된 MO-TEK 같은 기업에게 반도체 공급망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의미합니다. 반도체 장비 부품의 국경 간 물류부터 특수 화학물질의 무역 컴플라이언스, 성숙 공정 생산능력 확장을 위한 원자재 공급까지, 한중 반도체 무역 생태계는 수출통제의 재편 아래 새로운 성장 포인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정책 동향 파악과 컴플라이언스 요건 이해가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